한국마사회, ‘코로나 경마 중단’ 뚫고 흑자 전환…세계 5대 말 선진국 도약한다

한국경마 100년, 다시 뛰는 마사회

코로나 19로 인한 경마 중단, 말 산업 생태계 붕괴로 위기를 맞았던 한국마사회(회장 정기환)가 한국 경마 100년을 맞은 올해 경영이 빠르게 정상화 되고 있다. 마사회는 고객 입장 재개와 더불어 경영혁신을 통해 올해 당기순이익이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마사회는 ‘말과 함께 한 100년, 다시 뛰는 한국마사회’를 슬로건으로 향후 세계 5대 말 산업 선진국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선포하는 등 조직과 경영이 활기를 띠고 있다.

1922년 ‘조선경마구락부’ 첫 경마 이후
조선마사회 거쳐 1949년 한국마사회로

대중스포츠로 발전, 매출액 세계 7위
이익금 특별적립 통해 농어촌 지원 
제세금 납부·사회공헌활동도 힘써

코로나 직격탄 맞아 사상 초유 ‘적자’
비상경영 통해 2년 만에 다시 흑자로
국제경주·해외수출 등 말 선진국 꿈꿔

한국경마 100년, 마사회 발자취

올해는 한국경마가 100년을 맞은 해다. 일제 강점기인 1922년, 사단법인 ‘조선경마구락부’가 같은 해 5월 20일 첫 경마를 개최한 것을 근대적 의미의 한국 경마가 태동하게 된 날로 본다. 1942년 조선마사회로 개편됐고, 해방 후인 1949년에 한국마사회로 이름을 바꿨다. 한국마사회는 첫 경마가 열렸던 5월20일을 1995년부터 ‘경마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한국 경마가 100주년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구한말부터 싹이 움트고 있었다. 독립신문 기록을 보면, 1897년 6월16일 훈련원에서 영어학교 학생들이 대운동회를 열었는데, 이 때 당나귀 달리기가 열렸다. 훈련원은 조선시대 무과 시험, 무예 연습, 병서 강습 등을 맡아보았던 관청으로 구 동대문운동장 부근에 있었다. 당시 경기 종목은 달리기, 공 던지기, 높이뛰기, 멀리뛰기 등에 이어 마지막 경기가 당나귀 달리기였고, 나귀 20여필을 학생들이 타고 달렸다. 이것이 한국경마의 자생적 출발이다.

그 뒤를 이어 대한제국 근위대 기병들도 같은 장소에서 경마를 시행했고, 이후 여의도, 구 용산 연병장, 평양, 원산, 부산 매립지와 동래온천, 대구 달성공원 등에서 경마가 열렸다.

한국경마는 지난 100년간 대중 스포츠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하며 매출액 기준 세계 7위 경마시행 국가로 도약했다. 선진국 수준의 경마 시설을 조성해 국민에게 레저 공간을 제공하고, 아시아 경마회의(ARC) 개최,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승마경기 성공 기반을 닦았다. 또한 경주마 육성 목장과 과학적인 훈련시설 설치, 지속적인 국산마 우대 정책 추진 등을 통해 자립적인 경마의 발판을 마련해왔다.

해외 16개국에 한국경마 실황을 송출, 2021년 517억원 매출을 올렸고, 경마 개도국에 경마 인프라를 수출했다. 한국 유전체 선발 기술로 도입한 경주마 ‘닉스고’는 2021년 세계 랭킹 1위에 올라 한국경마의 위상을 높였다.

한국마사회는 단순히 경마를 시행하는 기관에 머물지 않는다. 마사회는 경마 외에 국민들에게 쾌적한 여가 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말산업과 축산발전, 농어촌 복지증진 및 사회 기여를 임무로 하고 있다.

마사회는 이익금으로 특별적립금을 적립, 농어촌 지원에 사용하고 있다. 적립금은 말 산업 및 축산 발전, 농어업인자녀와 농어업인후계인력 장학사업, 농업·농촌에 대한 이해증진과 농축산물 소비촉진, 자유무역협정의 이행에 따른 농어업인 등에 대한 지원, 농어촌사회 복지증진에 활용된다.

마사회는 그동안 연간 약 1조5000억원의 제세금 납부로 국가재정에 기여하면서, 연간 약 100억원의 경주마 생산 농가소득을 창출하고, 연간 약 1000억원의 축산발전기금 출연으로 말산업 성장 재원을 조성해왔다. 또한 약 1만여 명의 인력을 직간접으로 고용해 다양한 일자리에 기여하고, 연간 약 140억원의 사회공헌 기금 지원으로 공공기관으로서 국민 경제에 이바지 해왔다.

코로나 직격탄, 말 산업 생태계 붕괴 위기

그러나 한국마사회는 2020년부터 코로나19로 인해 직격탄을 맞고 창립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코로나로 경마 중단, 입장 제한 등 파행사태가 지속되면서 2019년 1270만명을 넘던 연간 입장인원은 2020년 172만여명, 2021년 129만여명으로 줄어들었다. 연간 7조원이 넘던 매출은 2년 연속 1조 원대에 머물렀고, 연간 2000억 원대에 달하던 당기순이익도 연속 4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경마 중단은 마사회뿐만 아니라 말 산업 생태계 붕괴로 이어졌다. 경주마 생산 농가와 마주들을 비롯, 기수, 조교사, 관리사들이 피해를 입었고, 수많은 경마 관계자들과 협력업체, 경마정보업체들이 휴업과 매출 감소를 감수해야 했다. 경마공원 내 식당과 편의점이 타격을 입었고, 경마공원에서 열리는 직거래장터인 ‘바로마켓’도 한때 운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마사회가 수익을 내지 못하자 국가 재정도 타격을 입었다. 2019년 마사회 매출액은 7조3572억원으로 이 중에서 16%가 제세금으로 납부된다. 2019년의 경우 레저세로 7357억원, 지방교육세 2943억원, 농어촌특별세로 1471억원이 납부됐지만, 코로나로 인해 2020년 제세금은 1700억 원대로 급감했고, 축산발전기금은 한 푼도 적립하지 못했다. 마사회는 그동안 축발기금의 31%를 출연해 왔다.

마사회는 비상사태를 맞아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가용자금 마련을 위해 비핵심 자산을 선제적으로 매각하고, 전 임직원 휴업, 자발적 급여 반납 등의 자구노력을 통해 무차입 경영으로 버텨왔다.

경영혁신과 흑자 전환

어두운 터널에 들어간 마사회는 한국경마 100년을 맞은 올해 부활의 전기를 마련한다. 2년간 초유의 적자 결산을 딛고 올해 상반기부터 흑자경영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러한 흑자전환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완화에 따른 경마 정상화와 비용절감 등 지속적인 자구노력, 상시적인 경영혁신이 주효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2월 취임한 정기환 회장은 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자구노력과 함께 함께 대국민 신뢰회복을 위한 윤리경영, 매출증대와 디지털 경영을 강조하며 경영혁신에 나섰다.

정 회장은 취임 후 ‘경영혁신위원회’를 설치, 7월 첫 회의를 열면서 본격적인 경영혁신 상시 체제를 가동했다. 한국마사회는 올 상반기 경영수지가 크게 개선된 상황이지만 경영진과 실처장급이 성과급을 반납하는 등 경영정상화를 위한 고강도 자구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정 회장이 제시한 경영혁신의 전략과제는 첫째, 지속가능한 경영기반을 위한 재무 건전성 제고 및 조직·인력 효율화, 한국마사회형 ESG(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 투명 경영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기업 전략) 경영이다.

둘째는 국제경쟁력을 갖춘 경마를 위한 경마 시행체계 개선과 국제교류 활성화를 통한 국제경쟁력 제고, 경마 공정성·불법경마 대응을 통한 신뢰 받는 경주 구현이다. 셋째는 디지털 상품 경쟁력 강화로, 사업환경의 디지털 전환을 통한 서비스 품질 제고, 디지털 기반의 업무혁신과 신사업을 통한 성장 동력 확보다. 마지막으로 말산업 생태계 가치창출 확대를 위한 말산업 저변 확대 및 민간주도 발전 기반 조성, 말 복지 중심의 사회공헌체계 구축이다.

마사회는 또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에 따라 기능, 조직ㆍ인력, 예산, 자산, 복리후생 등 5대 분야 효율화 과제를 반영한 혁신계획을 추진 중이다. 비 핵심 기능 폐지ㆍ축소, 조직 정비를 통해 인력ㆍ조직을 효율화하고, 하반기 경상경비 12.8% 절감, 2023년 3% 감축 등 비용도 줄였다. 자산 효율화 차원에서 구 대전지사 건물, 서초 부지 등 유휴 부동산과 콘도회원권을 단계적으로 매각하고, 임원 사무실을 기준 면적 이하로 축소했다.

마사회는 올 들어 매출이 빠르게 회복돼 8월까지 매출액이 4조2751억원으로 2019년 대비 86.5% 수준까지 회복됐고, 누적 입장인원은 608만5000명으로 2019년 대비 71.4%까지 올라왔다. 마사회는 당초 올해 640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예상했지만, 여건이 개선되면서 당기 순이익이 404억 원의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5위 경마 선진국으로 비상

렛츠런파크는 2년 만에 활기를 되찾았다. 올 4월 이후 경마공원 고객입장이 정상화되면서 코로나19로 미뤄지거나 취소됐던 대상경주, 행사, 전시 등이 재개되고, 경마공원은 시민들로 북적인다.

마사회는 지난 5월에는 한국경마 100년을 맞아 새로운 100년의 비전을 선포했다. 마사회가 제시한 비전은 ‘VISION 2037, 글로벌 TOP 5 말 산업 선도기업’이다. 15년 이내에 경마산업은 전 세계 7위 수준에서 5위 수준으로 발전시키고 승마산업은 5대 말 산업 선진국(미국·프랑스·영국·독일·호주)을 지향하겠다는 목표다. 슬로건은 ‘말과 함께 한 100년, 다시 뛰는 한국마사회’이다.

경마산업은 다시 날개를 펴고 있다. 지난 9월, 3년 만에 개최된 ‘코리아컵’과 ‘코리아스프린트’ 국제경주를 성황리에 마쳤고, 경마실황 해외수출이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여기서 한국 경주마가 우승하는 순간은 전 세계 17개국에 영상으로 실시간 송출됐다. 이는 2013년부터 추진 중인 한국경마 수출사업 역사상 가장 많은 국가에 수출한 실적으로, 171억여 원이라는 역대 최고 해외매출로 이어졌다. 직전 국제경주인 2019년의 71억여 원 대비 무려 140% 넘게 증가한 기록이다.

해외수출 사업은 한국경마 실황영상 및 경마정보를 해외에 송출하고 수입국 현지에서 발행되는 마권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 수익으로 확보하는 사업이다. 마사회는 경영실적 악화, 경마시행 규모 축소에도 불구하고 경주실황 콘텐츠를 개선하고 새로운 수출 판로 확보에 매진해왔다. 이결과 한국경마가 새로운 수출효자로 급부상한 것이다.

마사회의 3분기 해외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80% 상승한 967억을 기록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해외수출은 역대 실적을 무난히 갈아치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경마 100년을 맞아 코로나 위기를 넘어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 마사회. 다시 달리는 경주마와 고객들의 함성 속에 세계 5대 말 산업 선진국을 향한 희망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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